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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생각

시몬스의 '느낌적인 느낌'

요즘 TV 광고 중 유난히 궁금하고 신경쓰이는 광고가 있습니다. 바로 제품도 카피도 없이, 보는 사람을 멍 때리게 만드는 시몬스의 광고들입니다.

이 광고 캠페인의 제목은 OSV(Oddly Satisfying Video)

OSV는 이상하게 만족스러운 비디오(Oddly Satisfying Video)를 뜻하는 약어입니다. 주로 깔끔하게 딱 떨어지거나 깨끗하게 정리되는 장면들을 말하는데, 보고 있자면 말 그대로 묘하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고압 세척기로 포장도로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모습이나 공장에서 기계가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모습 등을 예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 정렬, 대칭, 반복 등과 같은 질서에 만족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안정감을 주는 영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서투른 실생활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방식으로 무엇인가 작동하거나 딱 들어맞을 때 묘한 쾌감을 느낄 때가 있죠. 시청자는 이러한 영상을 ASMR과 같은 일종의 미세 치료로 여긴다고 합니다.

 

 

멍 때림의 미학

야외 수영장에서 발을 담그고 앉은 여성들이 한가롭게 발장구를 치고, 주렁주렁 열린 나무에서 툭툭 오렌지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멍' 때리면서 볼 수 있는 15초짜리 영상들로, 시몬스 로고를 제외하곤 내용도 없고 카피도 없지만 중독성있고 안정감을 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청각적 쾌감과 편안함을 주는 ASMR과 비슷한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광고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밝고 산뜻한 8개의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장면에는 하늘색 풀장과 베이지색 바닥을 경계로 녹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열 맞추어 앉아 물장구를 치고, 두 번째 장면에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분홍색 매니큐어를 바른 손이 체리색·오랜지색 젤리가 담긴 유리잔을 들고 있는데 손에 들린 유리잔이 빙글빙들 돌아갑니다. 이런 식으로 계단, 비치발리볼, 정원, 게이트볼, 스프링쿨러 장면이 이어집니다.

 

시몬스는 컨셉이 심플한 만큼 디테일에 주력한 것 같습니다.

시몬스 스튜디오의 기획력에 LA에서 활동하는 비주얼 아트디렉터 듀오 '싱싱스튜디오'의 협업으로 탄생했습니다. 우아함과 편안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의 시나트라 하우스에서 촬영했는데 그래픽이 아닌 자석, 미니 컨트롤러 등의 소품 활용으로 오브제의 정교한 움직임과 섬세한 디테일을 구현했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 ‘오렌지 나무’, ‘스프링클러’ 등 디지털 아트 8편을 2분 분량으로 압축한 영상은 공개한 지 한 달 만에 2,000만 뷰를 훌쩍 넘겼습니다. 

 

오로지 영상과 소리만으로 주는 '편안함'

그렇다면 왜 시몬스는 이런 광고 캠페인을 하는 것일까요?

넘쳐나는 정보와 제품들로 인해 소비자는 브랜드가 전달해 주는 복잡하고 시끄러운 메시지들에 지쳐있습니다. 단순한 영상과 백색소음을 들려줌으로써 소비자들로 하여금 심리적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시몬스의 광고는 정렬, 대칭, 반복 등을 이용한 장면들로 묘한 안정감을 선사하고 있으며, 시몬스가 애초에 가지고 있던 브랜드의 카피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비비드하면서도 평화롭고 화사한 컬러의 영상미로 편안하면서도 오래 기억되는 시각적인 쇼크를 주고 있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브랜드이기 때문에 제품이나 제품의 많은 정보들을 내세우는 대신 핵심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광고방식을 택한 것이 브랜드의 호감도를 높이는데 더 효과적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몬스의 광고가 코로나19로 지친 소비자들에게 힐링과 여유를 선물해주고 있습니다.

'편안함'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시몬스의 브랜딩 전략. 

시몬스의 '느낌적인 느낌'에는 매우 노련하고 전략적인 기획과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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